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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법회

눈-봄-다섯 가지 기능

0 1,466 2017.12.02 17:53

[ … ] 들으셨습니다. 토요일 밤, 편안함과 함께하는 부산불교방송 주말특집 해피스님의 마음이야기 함께하고 계시는데요, 눈을 뜨고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수행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눈을 뜬다는 것은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보는 일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우선 눈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 눈을 떠야 합니다. 그런데 눈이 있고, 그 눈을 뜨고 있으면 볼 수 있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는 일은 눈과 눈뜸 외에 한 가지 요소를 더 필요로 합니다. 무엇일까요? 네, 빛입니다. 아무리 눈이 있고 그 눈을 부릅떠도 암흑천지에서는 보지 못합니다. 빛이 있어서 밝음을 제공해 줄 때 비로소 보는 일은 가능해 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는 일에는 눈과 눈뜸 그리고 빛이 반드시 함께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편, 삶에서 보는 일은 세 자리에서 이루어집니다. 마음이 육체적인 눈과 함께 몸 밖의 형상을 보는 인식의 자리[의(意)]와 마음이 몸과 함께 사유하는 행위의 자리[의(意)] 그리고 마음[심(心)]이 몸과 함께 하지 않는 내면의 자리입니다. 보는 자리가 깊어질수록 눈을 뜨게 하고 잘 보기 위해 제어하기는 어려워집니다. 그러나 좀 더 깊은 자리가 제어될수록 삶은 더 강력하게 향상으로 나아갑니다. 내면의 현상이 표면의 삶을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행이야기는 가장 깊은 곳, 마음[심(心)]이 몸과 함께 하지 않는 내면의 자리에서 그 의미를 분명히 드러냅니다.


이 자리에서 보는 자 즉 눈은 심(心)입니다. 그리고 눈인 심(心)이 보기 위해서는 눈뜸과 빛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눈뜸과 빛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심(心)을 눈뜨게 하고, 무엇이 빛을 밝히는 걸까요?


<광채 경>은 「무엇이 세상에서 빛이 되고 무엇이 세상에서 깨어있음입니까?」라는 질문에 「지혜가 세상에서 빛이 되고 사띠가 세상에서 깨어있음이다.」라고 답합니다. 사띠가 깨어있음인데 눈뜸의 의미입니다. 그리고 지혜가 빛이어서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것입니다. 이때, 사띠는 알아차림인데, 현재 상태를 놓치지 않고 발견함으로써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혜는 ‘일어나고 사라짐으로 향하는 지혜’라고 정의되는데, 사실과의 부합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지혜의 빛은 사실에 부합한 앎의 강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심(心)은 사띠의 도움으로 눈 떠 깨어있게 되고, 지혜의 도움으로 빛을 공급받아 직접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두 가지가 마음을 도와서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기능인 것이지요. 그러나 눈뜸과 빛은 깊고 심오한 완성의 자리로 가기 위해서는 다른 한 가지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들리면 눈뜸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완전하게 눈뜨지 못합니다. 흔들리면 빛은 확실하게 밝혀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눈뜸과 빛은 흔들리지 않음의 토대를 필요로 하는데, 삼매입니다. 이렇게 삼매도 기능의 한 가지가 됩니다. 눈인 심(心)을 도와 삶을 향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띠와 삼매와 지혜의 세 가지 기능이 도와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 세 가지 기능을 생겨나게 하고, 힘 있게 하고, 삶에 적용해 향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행위 즉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도움 주는 자가 정의되고 알려진다 해도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는 성과를 거둘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을 정진(精進)이라고 하는데, 역시 기능의 한 가지입니다. 이때, 정진은 나쁜 것은 없는 상태를 만들고, 좋은 것은 있는 상태를 만들어 더 좋은 상태로 나아가는 노력입니다. 생겨나지 않은 나쁜 것은 생겨나지 않게 하고, 생겨난 나쁜 것은 없어지게 하는 노력입니다. 생겨나지 않은 좋은 것은 생겨나게 하고, 생겨난 좋은 것은 유지하는 가운데 더 향상하게 하는 노력입니다.


그런데 경전은 이 네 가지에 이어 한 가지 기능을 더 제시하는데, 믿음입니다. 그렇습니다. 불교는 스승이고 교주인 부처님의 삶에 대한 해석과 선언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에 대한 신뢰로써 그를 뒤따르는 종교입니다. 그래서 불교 안에 제시되어 있는 삶의 향상 기법은 모두 부처님이 해석하고 선언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에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삶의 향상 기법들이 실제로 삶을 향상할 수 있도록 활력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믿음 없이 만나는 가르침은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힘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믿음도 눈인 심(心)을 도와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기능에 포함됩니다.


그러면 믿음은 무엇입니까? 어떤 믿음이 삶의 향상에 도움을 주는 바른 믿음입니까? <분석 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어떤 것이 믿음의 기능인가? 비구들이여, 여기 성스러운 제자는 믿음을 가졌다. 그는 여래의 깨달음을 믿는다. '모든 번뇌 떠나신 분[아라한(阿羅漢)], 스스로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신 분[정등각(正等覺)], 밝음과 실천을 함께 갖추신 분[명행족(明行足)], 진리의 길 보이신 분[선서(善逝)], 세상일을 모두 훤히 아시는 분[세간해(世間解)], 어리석은 이도 잘 이끄시는 위없는 분[무상조어장부(無上調御丈夫)], 모든 천상과 인간의 스승[천인사(天人師)], 깨달으신 분[불(佛)], 존귀하신 분[세존(世尊)]'라고. 비구들이여, 이를 일러 믿음의 기능이라고 한다.」


여래(如來)의 깨달음 즉 부처님의 깨달음을 믿어야 합니다. 부처님은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한 분이라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완전한 가르침이라는 믿음입니다. 제자인 우리는 가르침 그대로 배워 알고, 아는 대로 실천하기만 하면, 완전한 가르침이 가지는 위력이 그런 삶의 실현으로 이끈다는 믿음입니다.


또한, 부처님은 당신의 완전한 깨달음을 아홉 가지의 덕성(德性)으로 드러내 줍니다. 여래십호(如來十號)로 잘 알려져 있지만, 부처님의 아홉 가지 덕성의 측면에서 붓다구덕(九德)으로 불리는 이 아홉 가지는 부처님 스스로 제자들에게 알려준 자기 자신에 대한 정의입니다. 즉 ①번뇌를 떠난 자이고 완전한 깨달음을 이룬 자이고 밝음과 실천을 갖춘 자이어서, ②앞서 가 닿은 진리의 자리를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길을 제시하였고, ③그럼으로써 세상일을 잘 알고 모두를 잘 이끌어 천상과 인간의 스승이라고 찬탄 받는 자, ④그가 곧 깨달은 자이고 존귀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눈인 심(心)을 도와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기능은 믿음-정진-사띠-삼매-지혜의 다섯 가지로 완성되는데, 다섯 가지 기능[오근(五根)]이라고 불리는 수행의 도구입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를 생겨나게 하고 힘 있게 하고 삶에 적용해 향상을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수행인 것입니다.


그런데 <살라 경>과 <동쪽 원림 경>은 다섯 가지 기능 중에 지혜가 으뜸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동물 가운데서든 사자가 으뜸인 것과 같이, 그 어떤 깨달음의 편에 있는 법들[보리분법(菩提分法)]이 있던지 간에 깨달음을 위해서는 지혜의 기능이 그들 가운데서 으뜸이라 불린다. 


비구들이여, 성스러운 제자가 지혜를 가져야 그의 믿음도 이것을 뒤따라서 공고하게 되고 정진도 이것을 뒤따라서 공고하게 되고 사띠도 이것을 뒤따라서 공고하게 되고 삼매도 이것을 뒤따라서 공고하게 된다.」 


믿음과 정진의 토대 위에서 알아차림과 삼매와 지혜가 생겨나고 힘 있어짐으로써 삶을 향상으로 이끕니다. 사실에 부합한 삶의 실현을 위한 눈뜸이고, 앎과 봄입니다. 기능들의 도움으로 눈뜨면 보게 되고, 보는 만큼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일회적이지 않습니다. 아는 만큼 보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보는 만큼 알게 되면, 눈 즉 심(心)은 다시 아는 만큼 보게 됩니다. 보는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게 되는 반복적이고 순환적인 구조를 가지고 삶은 점진적으로 향상하는 것입니다. 


이런 앎과 봄, 이런 반복 순환 구조는 믿음에서 시작하여 지혜에 이르는 다섯 가지 기능을 지혜로부터 다시 출발하여 믿음과 정진 그리고 알아차림과 삼매의 순서로 더 힘 있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혜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향상하기 때문에 지혜가 으뜸이고 지혜가 생긴 이후에 다른 기능들이 공고해진다고 이 경은 말해주는 것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보는 일에는 빛이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결론입니다.


마음을 도와서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기능의 측면에서 수행을 이해해 보았는데요, 이제는 이 기능들이 어떤 구도를 가지고 삶을 향상으로 이끄는 것인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음악 듣고 와서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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